생각지도 못한 ARM (암) 매각이 최근 기사화 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에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되었던 기업 'ARM'
매각 소식에 전세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업체 'ARM'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골드만삭스와 함께 ARM을 전체 또는 부분 매각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ARM이 어떤 회사길래?
ARM은 영국 런던의 북쪽에 있는 케임브리지에 본사가 있는 영국 회사입니다. 연 매출은 2조 원가량으로 삼성전자(약 240조 원)나 애플(약 300조 원)에 비하면 '아기' 수준이지만, 결코 만만히 볼 회사는 아닙니다.
설립된 건 지난 1990년. 영국 에이콘 컴퓨터와 미국 VLSI 테크놀로지,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애플 간 합작회사로 설립됩니다.
ARM은 각종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맡는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이 애초 주 사업이었습니다. 당시 CPU 업계를 꽉 잡고 있던 건 지금도 강자인 인텔이었죠. 합작회사 ARM의 직원 수는 불과 10여 명 남짓이었기에 '거인' 인텔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여기서 ARM이 선택한 길이 이 회사의 미래를 바꿔놨는데요. 바로 인텔이 상대적으로 덜 관심 두던 '저전력' CPU 설계에 집중한 겁니다. 오늘날 저전력 CPU는 각종 휴대폰 등 각종 모바일 제품에 쓰이지만, 당시만 해도 틈새시장이었습니다.
또 ARM은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신, 반도체 '설계'에 집중했습니다. 반도체 생산은 공장을 가진 다른 업체들이 하도록 하고, 자신들은 설계도를 만들고 로열티를 받는 식입니다. 일종의 지식 집약적 길을 택한 셈입니다.
ARM의 이런 전략은 2009년 애플 아이폰 출시와 함께 펼쳐진 스마트폰 시대 속에 큰 성공을 거둡니다. 모바일에 탑재되는 소형 처리장치는 발열이 적은 저전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됐는데, ARM이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현재 ARM의 설계를 사용하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화웨이 등 모바일·통신 업계의 주요업체들입니다. 전 세계에 출시된 스마트폰의 95%가량이 ARM의 CPU 설계도를 이용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인 현재, ARM은 스마트폰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업체인 겁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미·중 갈등 속에 ARM이 중국 화웨이와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이자 화웨이가 비상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ARM 없이는 사실상 스마트폰 등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ARM은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업계는 사색이 된 화웨이를 보며 ARM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2016년 소프트뱅크 인수
이런 ARM을 소프트뱅크가 전격 인수한 게 4년 전인 2016년입니다. 인수가격만 320억 달러(당시 36조 원가량)로 일본 업체의 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당시 ARM의 연 매출이 2조 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니, 소프트뱅크가 얼마나 통 큰 결정을 했던 건지 알 수 있습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바둑으로 치자면 50수 앞을 내다본 것"이라며 "20년 안에 ARM이 설계한 제품이 1조 개 이상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발전할수록 ARM이 설계한 반도체의 수요도 급증하리라고 본 겁니다.
■갑작스러운 매각 검토…업계는 긴장할 수밖에
문제는 코로나19 여파 속에 소프트뱅크가 휘청이고 있다는 겁니다. 올 1분기 소프트뱅크는 1조 4,300억 엔(약 16조 5,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사상 최악입니다. 앞으로도 전망은 어둡습니다. 매년 수십조 원씩 전 세계 벤처에 투자해온 손 회장의 거침없는 행보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입니다.
다급해진 소프트뱅크가 만지작거리는 카드가 바로 ARM 매각입니다. 앞서 지난 3월, 소프트뱅크는 앞으로 1년간 보유자산 51조 원가량을 매각해 부채 절감과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ARM 매각 검토도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ARM이 매물로 나온다면, 현재 ARM CPU를 이용하는 소위 안드로이드 진영(삼성전자 등)과 애플 양측이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는데요. 어느 한쪽이 ARM을 인수할 경우 다른 진영은 경쟁사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혹은 ARM을 인수한 곳이 ARM 설계도를 독점 사용하겠다고 움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쟁사로서는 지난해 화웨이가 그랬듯, '사망 선고'를 받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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